(영상) 창덕궁의 규장각. 정조는 장서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다가 관객들 발견한다. 뚜벅뚜벅 화면 밖으로 걸어 나오듯이 한다, 정조 역 배우도 무대 위로 나온다.
정조: 아, 오셨군 그래. 반갑소, 이런 모습으로 백성들을 만나니 감회가 새롭소. 과인이 누구인지 아는가?
관객들, 호응한다.
정조: 그래, 그래, 과인이 바로 자네들이 부르기를, 조선의 22대 국왕 정조일세. 내 본명을 아는 자가 있는가?
(맞추면 맞추는대로, 못 맞추면 못 맞추는대로 반응)
정조: 그래, 이 자 성씨에 이름 셈 산 자를 써서 이산일세. 백성들을 살피고 헤아리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 임금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내 살아 생전엔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 없었으나, 지금 같은 세상엔 이름이 중요하지 않은가. (사이) 자, 그럼 과인이 여기 서 있는 까닭을 궁금해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소. 다만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한 법이라, 우선 시작부터 해볼까.
성악가들, 등장한다. 영상, XR마에스트로로 바뀐다.
M01. 미정 (정조 직접 지휘)
노래 끝난 후 XR마에스트로 끝난다. 성악가들도 퇴장.
정조: 하하, 어떻소, 과인이 지휘하는 모습도 꽤 괜찮지? 오늘 순서 중 과인이 지휘하는 모습도 중간중간 있으니 차분히 기다리시길 바라오. (손에 있는 카드를 읽으며) 자, 오늘 XR 마에스트로 정조 공연에 온 백성들을 환영하오! (박수 유도, 그리고 카드를 던져 버린다) 에잉, 아직도 양이 말이 익숙치가 않으니 원. 아무튼 오늘 공연에 대해 설명하자면, 좀 쑥스럽지만 공치사를 하고자 함이요. 무슨 공치사냐? 과인이 생전에 어떤 업적을 남겼느냐, 이 말이오. 요즘 백성들 쓰는 말을 배웠소. 용법이 이상하다고?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시오. 다만 공치사만 하자니 또 백성들이 지루해할까 봐 음악을 겻들인 것이오. 과인은 양악은 잘 모르니 특별히 한국 가곡이라고 하는 것들로 구성해 봤소. 과인이 말이 너무 길어지면 백성들도 피곤하니, 다음 곡을 들어봅시다.
정조 배우, 퇴장한다. 성악가, 입장한다.
M02.
성악가, 퇴장한다. 정조 배우, 입장한다.
정조: 좋소. 아주 좋소. 자, 과인이 공치사를 한다 하였으니, 첫번째는 무엇이냐? 혹시 지금 배경으로 보이는 이곳이 어딘지 아시오? 그렇소, 규장각이오! 우리 백성들의 선조들이 얼마나 기록에 진심이었는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플 것이오. 규장각은 그 기록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겠소. 아울러 단순 서고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인들을 양성하는 중요한 기관이었단 말이오. (다시 종이를 주섬주섬 꺼내며) 그리고 어… 음… 이거 읽을 줄 아시오? (유네스코 글자 보여준다), 그래, 그래, 유네스코. 자그마치 여섯 개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이 규장각에 있소. 백성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소. 그럼 오늘은 왜 과인이 공치사를 해야 하는 공연인 것이냐, 이건 이번엔 두어 곡 듣고 나서 얘기해주겠소. 박수!
정조 배우, 퇴장한다. 성악가, 입장한다.
M03 / M04
정조 배우, 입장한다.
정조: 사실 과인도 음악을 좋아했소. 당시엔 왕으로서 단순히 즐기기만 하긴 어려웠지만 말이오. 여하튼 본인이 오늘 공치사를 하는 이유, 그것도 바로 여기에서! 여기가 어디오? (호응 유도) 그래, 수원 아니오! 수원하면 화성 아니오, 화성! 그리고 화성을 지은 사람이 누군가? 누구라고? 그래, 어디 임금의 묘호를 함부로 부르나? 여기 백성들이 아니라 역도들이 모였구먼 그래. 농담일세. 지금이 어디 나 때랑 같나? 나 때는 말이야… 아니, 잠깐. 우선 배경을 좀 바꿔야겠군. 어디 보자…
정조 배우, 스크린 뒤로 들어간다. 스크린 뒤로 들어가자 영상에 정조 캐릭터가 나타난다. 그는 규장각 내에 있는 화성성역의궤를 찾아 펼친다. 화성성역의궤의 이미지가 클로즈업되고, 그대로 그 모양을 본 딴 현실의 화성 모습으로 배경 바뀐다. 화성의 유여택 앞 광장으로. 다시 정조가 스크린 앞으로 나오고, 마찬가지로 캐릭터도 화면에 비춰진다.
정조: 자! 여기가 어디오! 그래, 수원 화성일세! 언제 봐도 잘 지었단 말이야. 우리 후손들이 잘 복원해준 덕분이겠지. 근데 어떻게 복원했을까? 내가 방금 규장각에서 펼쳤던 도서는 <화성성역의궤>요. 크, 이걸로 말할 것 같으면 우리 규장각의 대표 출판 서적이라 볼 수 있지. 화성의 설계도부터 시작해서 인부며 자재며 어떻게 썼는지 상세히 나와 있는 책인데, 이 책이 있기 때문에 지금 수원 화성이… (종이를 꺼내든다)(천천히) 유, 네, 스, 코…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소. <화성성역의궤> 그 자체도 이미 (종이 다시 꺼내들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라 이 말이지. 백성들도 내 나이 되어 보시게, 새로운 걸 익히는 게 쉽지가 않으이. 그래도 지휘는 잘 배웠다 이 말이오! 내 말이 또 너무 길어졌으니 흥을 복돋아야 하지 않겠는가?
성악가들, 입장한다.
M05 정조XR마에스트로
성악가들, 퇴장한다.
정조: 박수 고맙소. 나 때는! 체통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는데, 지금 와서 받고 보니 참 기분이 좋소. 자, 수원 화성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항목을 들어 과인의 공치사를 해보려고 하오.
1. 동서양의 최신 기술의 집대성이었소. 이 때 우리 참의가 참 고생 많이 하셨소. 여기서 참의라 함은 다산 정약용 선생을 말하는 것이오. 거중기가 처음 쓰인 것도 이 때였지.
2. <화성성역의궤>의 집필이오. 이건 앞서 말했으니 넘어가겠소.
3. 백성들을 부역으로 부리지 않고 제대로 임금을 치르고 고용했소이다. 아프면 약도 주고, 요즘 말로 휴가도 주고, 다치면 치료비도 주고 그랬소. 요즘 백성들이야 이런 게 너무 당연하겠지만 나 때는! 이게 얼마나 혁신적인 방식이었는지 말해봐야 입만 아프오.
4. 처음부터 잘 설계된 계획도시였소. 크기는 크지 않아도 화성 자체만으로 잘 돌아가게 만들었지. 원래는 선위를 마치고 아바마마를 추숭한 다음에 거기서 살 계획…
정조: 크흑, 아바마마… 아니, 백성들, 미안하오. 노래 듣고 오시오.
정조, 얼굴을 가리며 급하게 퇴장한다. 정조 퇴장하자, 화면에서 정조 캐릭터가 나타나 유여택의 안쪽 방 문을 확 열고 들어가 확 닫아 버린다. 화면, 이제는 유여택의 왕좌가 잘 보이게 클로즈업된다.
당황한 성악가들 내쫓기듯 나와 노래한다.
M06 / M07 / M08
화면 속 정조 문을 열고 다시 등장한다. 뚜벅뚜벅 걸어 나와 스크린 밖으로 나가고, 정조 배우, 다시 등장한다. 눈탱이 밤탱이가 됐다.
정조: 아, 미안하오, 백성들. 아바마마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미어져서 그만… 과인이 선위도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다 계획이 있었단 말이오. 한 치 부끄럼 없이 살았으나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아바마마의 추숭을 하지 못한 것이오. 우리 현대 백성들에게 어려운 말일 수 있으니 설명해주겠소. 추숭이란 살아서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칭호를 올리는 것이오. 장조라는 호로 추숭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지. 자식 된 도리를 하지 못함에 있어 어찌 내 맘이 편하겠소. 물론 우리 선고께서 상도에 어긋난 처사들을 하셨으나, 그렇게 가시는 걸 봤던 과인의 마음은 어찌하겠소. 백성들이 헤아려주시오. 또 과인의 말이 너무 길어지고, 좋은 날 우울한 얘기를 하니 미안함이 커지고 있소. 용서를 바라는 마음에 한 곡 올리겠소. 이보게들, 나와 보시게.
성악가들, 등장한다.
M09 XR 정조 마에스트로 (다소 슬픈 내용의 노래)
정조: 꺼흐흑. 백성들, 잠깐만 기다리시오. 이왕 기다리시는 김에 곡 한 곡 듣고 계시오.
정조, 퇴장한다.
M10
성악가들, 퇴장한다. 정조, 다시 등장한다. 눈탱이 밤탱이가 됐던 눈이 다시 정상이 됐다.
정조: 다시 과인이 돌아왔소. 과인의 공치사를 함에 있어 잘난 것을 말해야 하는데, 못난 꼴을 보여 백성들에게 면목이 없소. 오늘 과인이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탕평책에 대한 것이오. 과인이 생전에 선대왕의 의지를 이어 탕평책을 실시했소. 여기서 탕평책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평하다라는 말이오. 백성들을 바르게 다스리기 위하여 노력했던 결과로 과인의 생전에는 꽤 효과를 본 정책이었소. 내 잘 들어 보니, 요즘 백성들도 옛날과 다르지 않소. 서로 자기 말이 맞다고 주장하고 싸우는 일이 잦은 것 같소. 편가르기를 해서 너는 어떻고 나는 어떻고. 나 때는! 과 다르게 요즘 백성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퍽 복잡한 것 같소. 과인은 선대왕과 선고의 관계에서, 그리고 생전 노론과 소론의 관계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소. 백성들이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은 좋지 않소. 결국 탕평해야 한단 말이오. 그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서로를 헤아리며 잘 사시길 바라겠소. 대답! 자, 또 과인의 말이 길어졌소. 흥이 떨어진 듯하니, 오늘 공연의 마무리를 향해 가보도록 합시다.
정조, 퇴장한다. 성악가들, 등장한다.
M11 / M12 / M13
정조, 등장한다.
정조: 백성들. 어떻소, 오늘 잘 즐기셨소? 과인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는 계기도 됐길 바라오. 오늘 과인이 공치사를 한 까닭은 요즘 백성들이 역사에 대해 관심이 적어지는 것 같아, 자리를 한 번 만들어 봤소. 이제 진짜 마지막 곡을 올리고 마치려 하오. 오늘 이 자리를 만들어 준… (종이 꺼낸다) 보…쎄…스…와 수원시의 백성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리오.
M14 Finale XR 정조 마에스트로
수원화성의 모습을 클로즈아웃하며
끝.